아들 둘을 잃고 홀로 살던 80이 넘은 여인이 그때 60이 넘어서 다시 시작한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했다
홀로 살고 있던 여인과 사랑에 "미친" 남자의 사랑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암"으로 인해
끝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직 그와 그녀는 이 비극적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살아 있을때 나눌 수 있는 사랑은 고작해야 3개월 이다

이 생에서 나눌 수 있는 사랑은 이제 3개월 이다..

 

 

 

 

 

 

 

 

 

정오가 되기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담담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생각보다 조금 더 일찍 세상을 등지고 "영가"가 되어버린 늙은 얼굴의 그남자 보다는 

사랑하는 남자를 잃어 버리고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가장 단순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울고있을 늙은 여인의 

얼굴이 내 가슴속 깊은곳에서 부터 명백하게 차오르는것을 막을수 없었다

애인 이었고 후처 였던 그녀는 일생일대를 통털어 가장 사랑했다는 남자를 그 지긋지긋한 "암"으로 인해 먼저

떠나 보내야만 했던것이다.  결과적 으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 에서 가장 슬픈 주인공이 되어버린 샘이다

장례식장의 가장 외진방 한쪽 구석에 있는 쇼파에 앉아있던 그녀를 마주한 순간 나는 단숨에 그녀를 안고는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아이고 할매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갔네요...."라고 말했을 뿐

노년부터 쭈-욱 가장 미워했고 가장 사랑했던 남자를 잃어버린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다른 말은 없었다

그녀는 집을 잃어버린 후 극적으로 보호자를 찾은 아이처럼 엉엉 거리며 울었다가 "암말 없이 먼저 갔부렀다" 라는 말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반복해서 말하고는 내손을 부여잡고 또 흐느꼈다

분명한 것은 그 옛날 두 아들을 잃었던 그때 와는 확연하게 다른 최대한의 슬픔으로 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 본 적이 없는 타인들은 파악할 수 없는 근원적이고 형이상적 슬픔으로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순간 내가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되어 흐느끼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는것 같은

기묘한 심정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는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선망"의 눈물 이었을 가망성이 크다.   

그러니까 이 늙은 여인이 흘리고 있는 눈물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 내가 살아온 수많은 세월동안 

장 생명적 이고 가장 역동적인 사랑의 선망으로 벅찬 심정을 느꼇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자의 눈물을 알 수 있겠는가?

이토록 잔인한 시대의 풍토 속에서 "죽도록 미워하며 죽도록 사랑 했다"는 쭈글쭈글한 

그들의 사랑을 이해 할수 있겠는가?

천사들에 의해 하늘로 운반 되어진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30년전의 아내가 뭍혀있던 자리

바로 옆에 뭍힐 것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윤회의 고리를 주술처럼 외우며 다음생을 기약할수 밖에 없는 남아 있는 할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모든것을 태울것 같던 대지 위로 늑장을 부린 비가 양껏 내린다 

오랫동안 계속 내린 비처럼 그럴싸하게 내린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

열병 처럼 사랑하며 죽어간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 죽어도 잊어 버릴수 없는 사랑과 죽어도 눈 깜짝하지 않을 

이 세상의 모든 미완의 사랑이 멀쩡한 비 처럼 내린다.

오늘의 비는 그런면에서 더욱 더 구체적이고,  더욱 직접적인 의미가 충만한 비 였던 것이다

 

 

 

 

 

 

 

 

 

 

할배는 어제 저녁 죽음의 직전 에서도 할머니의 바가지성 심술을 특유의 웃음으로

빙그래 웃으시고 나서 잠이 드셨다고 한다

그것이 할머니가 본 마지막 모습 이었다

 

 

 

 

 

할배.  고맙습니다.    다음 생에 할머니랑 보기좋은 암수로 다시 만나세요.

할머니의 외손자가 국화꽃 한송이 두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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