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시선 너머로 잠시후 당도할 그곳이 보인다

 

 

 

 

오전 아홉시 이십분

시리게 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살은 지상과 하나가 되어 있다.  지금부터 나는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이 무한반복 되고 있는 그곳으로 잠시후 멈추어 설 것이다

어차피 내가 선택했던 길 이었고 되돌아 가는것 또한 내가 선택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몇분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된다

 

도착한 이곳을 비추고 있는 엄청난 양의 봄볕의 현란함에 나는 눈을 감았다

기를 쓰고 버둥거리며 살아온 지난 시간들 속에 섞여있는 이곳의 장면들이 확연히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 문득 멈춰선 이곳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내 생의 맥을 짚어 본다

잠시 바람으로 비껴갈 수도 있었던 어떤 인연과 만남의 순간들이 내 육신을 휘감고 그것은 여러가지 모양의 부종이 되어

참을수 없는 잔기침 으로  내육신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온다

이제 이별의 순간이다.

눈이 따갑고 목이 아프다.  이토록 아픈것이 사랑 이라면 시작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잠시후 눈을 떳을때 빛은 사라지고 어둠과 싸늘한 침묵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 그 기억들은 빙하의 거대한 얼음속에서 차갑게 굳어버린 하나의 오래된 유물이 되어

모든것을 정지 시킬 것이다

활발했던 내 주위의 모든것 들이 나와는 무관하다는 표정으로 정지 되어 있다

무었인가에 홀린것 처럼 이세상 모든것들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무었하나 꼼짝 하지 않았다

단지 움직임이 고정된 채 도심의 소리와 익숙한 매연 냄새만이 내 의식을 관통하며

굵은선 처럼 차갑게 그리고 뚜렸이 존재 할 뿐.

 

나는 지금 처음과 마지막 속에 피곤한 육신을 세우고 서 있다

정적과 침묵,  그 싸늘함 속에서 홀로 생존해 있다는 것이 참을수 없었던 나는

최대한 정상적인 음성으로 "안녕" 이라고 말했다

아니 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일순 차갑게 얼어버린 군중들 속에서 신기루 처럼 그녀가 잠에서 깨어난것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미소 지었다

맞다.. 정겨운 그 미소 였다 나도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잠시 침묵했다.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하고 그녀는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가장 슬픈 표정 이다  "당신 생각을 많이 할꺼야.." 하고 나도 말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비참하고 참을수 없이 슬픈 기분이 되었다.  

지금 홀로 있는 이순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참을수 없는 심정이 되어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그러자 그녀는 슬픈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더니

서서히 사라져 갔다

 

 

 

 

 

 

탑승번호 3번과 4번..   탑승을 마치고 앉은 나는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그곳을 봤다

순간 공기가 빠져 나가듯히 모든 정적이 풀리고 실제와 사실의 공포가 알수없는 무게의 슬픔이 되어

내 가슴을 치는것 같았다

나는 도착후 20분 남짓한 시간동안 내 기억의 많은것들을 그곳에 놓고 왔다

단지 무(無)에서 생겨난 것이 본래의 자리고 돌아간 것 뿐이었다

내 기억속에 있는 공통된 기억들은 이제 방금 죽어버린 시간속에 공존할 것이고..

그동안 죽어버린 많은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지금 내 흉통속 에는 봉인된 기억 여러가지가 오래된 바람 처럼

내 마음속을 여전히 방항 하고 있다

 

 

 

 

 

 

 

  

 

20년만에 제프백을 들었다

거참.. 제목한번 Cool 하네..

 

 

그러니까 이유는 우리의 인연이 끝났기 때문

Cause We've Ended As Lovers-Jeff 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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