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밝아 보일수 없는 수술실 입구 위에있는 "수술시작" 이라는 빨간색 알림문자가 켜진지도 벌써 열시간이 지났다.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나름 유명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있게 말했던 담당 의사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4시간 하고도 따불로 지났으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감추고는 있으나 낭패 스럽고 초조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입구위 커다란 화면으로 펼쳐지는 알림 문자만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을뿐이다.    다른환자의 보호자인듯이 보이는 수다스러운 여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해 준 "사람의 간 을 떼어내는 수술 만큼 힘든 수술이 없다."는 호들갑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몇시간째 턱을 괴고 한곳만 응시 하거나 초조한 견공같이 복도를 왔다갔다 하며 수술종료 라는 알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병원 특유의 유쾌하지 못한 공기와 함께 서로 표시내지는 않지만 불길한 예감이 얼굴가득 퍼져 있을무렵 수도없이 쳐다 봤을 수술실 알림문자가 바뀌는 모습이 보인다.

 

 

환자 김옥순 수술종료

 

 

 

간 속에 있는 종양을 발견 하고 나서부터 표정이 풍부하고 낙천적인 이 여인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성모마리아상 그림이 입구에 서 있는 중규모의 이 병원 수술실로 들어간지 11시간이 지나서 그녀가 나왔다.    산소호흡기와 함께 대단히 많은 플라스틱 호스와 생명부지를 위해 달아 놓은 기기들에 쌓여 황급하게 나오는 수술용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면서 나는 깊은 상처와 극한을 고통을 온몸으로 받으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여인의 치열한 인생을 봤던것 같다

 

아마도 23년전 남편이 죽고 난후 겪은 최고의 "고통"이었을 가망성이 크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녀를 나는 오 분가량 바라봤다. 

까닭은 알수 없으나 십수년전 그녀를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가장 긴 시간으로 그녀를 바라봤던것 같다.  반복적 으로 떨리는 신음 소리를 내며 혼절해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23년전 남편을 잃고 4남매를 키워온 한 여인이 경험했을 여러가지 형태의 삶의 내용들이 기묘하게 내 기분을 휘집고 다니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그닥 평탄 하지 못했던 한 여인의 인생과 그녀가 낳은 막내딸과 함께 살고 있는 친절한 사위 라는 내가 현실세계 에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애틋한 감정 이었을것이다.

 

해질무렵..   하루종일 달궈진 숨막히는 자동차안의 공기속에서 나는

오늘 하루는 참 기묘한 하루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익숙한 라디오 채널을 통해 흘러 나오는 음악소리를 주어담아 들으면서 그녀가 수술전 혼자있을 "친/절/한 사/위"인 나의 끼니를 걱정하며 만들었다는 "오이소박이" 냄새와 유난히 탁한 공기가 되어버린 차안의 실내 공기를 환기시킬 생각도 없이 한낮에 뜨겁게 달궈진 해질녁 도심의 거리를 아무말 없이 내달렸다.

   

정말 답답하고 황량하고..  이상하게 슬픈..  하루 였다.

 

 

 

 

Bibo No Aozora-Ryuichi Sakamoto/Endless Flight-Morelenbaum & Everton Nelson/Babel-Jaques Gustavo Sntaolalla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