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괴한 모습을한 80이 넘어 보이는 노파 하나가 거의 90도로 구부러진 허리를 하고는

뿌연 안개를 뚫고 천천히 걸어 왔다

웃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 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던진 첫 마디는

.."허리가 아파.." 라는 말이었다

일순 그 모습을 확인한 두눈 에서 부터 흉부 안쪽의 심장을 찢으며 치밀어 오르는

괴롭고 슬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고

일상 보다 더 외소해 지고 고독해 보이는 그녀의 작은 몸을 응시하고는 "우리에게 이럴수는 없어.." 라는 심정 으로

그녀를 낚아채듯 새차게 껴 안을수 밖에 없었다

 

 

흐느꼇던 것 같다..

힘든 사투를 벌이고 남루하고 외로운 방랑자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그녀를 보며

이제는 드디어 외로울 대로 외로워 져서 힘겹게 구부러진 허리가

형언하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녀를 있는 힘껏 껴안고 있던 나는

느낄수 있는 모든 감정의 소요를 느끼며 실제로 많이 흐느꼇던것 같다

 

 

 

 

 

 

 

 

갓바위에 올랐다

 

108배를 끝내고 내려오면서

궁금해진 나는 또 몇개월 만에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보살님..  이처사 입니다.

 

 

 

어..  그래 이처사 요즘 잘 지내시는가

 

 

네~

별일 없으십니까.

근데...   허리는 괜찮으십니까?

 

 

 

 

 

 

나 요즈음 아주 건강해

날씨가 좋아지니까 밭일 한다고 조금

바쁠 뿐이지.. 

 

근데 허리는 왜?

.

.

아...네..

별스러운건 아닌데

몇일전(오늘 아침꿈 이었다) 꿈에 보살님이

허리가 아프시다고 찾아 오셔서

 

제가

.

.

.

(차마 안아 드렸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

.

 

 

 

 

 

 

 

 

 

엄마가?
(엄마 라는 말도 생소하다..)

ㅎㅎ

나 괜찮은데..

 

 

아.. 네 그런가요?

저는 혼자 편찮으신줄 알고

 

 

 

 

아. ㅎㅎㅎ  

그거 ..!!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

 

네?

......

 

 

 

 

 

사랑하면 그런 꿈을 꾼다네 이 처사.. 

 

그거 누가 누구를 간절히 사랑하면 그런 꿈을

꾸게 되는거야

(그리고 잔잔히 웃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매일 이처사를 연꽃 위에

올려 놓고 기도하고 "觀' 한다네..

몇일전 에는 아주 잘 보였어..

잘 지내고 있는것 같더군

.

.

.

.

.

.

.

아.. 네..

 

.

.

.

 

어디 아프지 마십시오

 

 

 

 

 

 

 

 

 

 

고마워..

 

 

 

 

 

 

 

요즈음 힘들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되네

조금만 버티게

꼭 좋은 일이 생길 거야 *^_^*

 

 

 

 

 

 

 

 

그녀의 구부러진 허리가 사랑 이라니..

 

 

선글라스 넘어로 보이는 이른 봄날의 태양빛이

해표처럼 기고 싶을 만큼 피곤한 육신을 녹이고 있었다

통화 도중 나 와는 달리 발랄 하지만 차분한 그녀의 음성으로 부터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말을 듣고는

어색하게 사무적인 톤으로 "그럼 끊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나는 선글라스 넘어로 부터 시작된 눈물이

어느 순간 부터 턱 까지 흘러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다 큰 어른이 등신 같이 훌쩍 거리는것이 들키기 싫었으므로 

흐르고 있는 눈물을 손으로 닦는것을 내버려 두고

주차장 까지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등산객 처럼 걸어서 내려왔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녀에게서 그 말을 들었던것 같다(내가 기억하지 못할 수 도 있지만..)

 

 

 

그녀를 그토록 미워했던 녀석은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들켜 버렸고..

그녀도 나에게 "자식은 없다" 라고 말을 했지만

버린 자식인 녀석을 사랑하고 있었던것 같다

 

 

 

 

 

 

 

 

나는 꿈속에서 그녀에게 사랑을 보여줬고

그녀는 나에게 연꽃 하나를 선물 했다.

 

 

 

 

 

 

 

 

 

티슈를 꺼내서 코를 팽 하니 풀고

구형세단에 시동을 걸었을때..

아마도 EBS FM 이었지 싶다

잊고 있었던 엔니오의 영화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Once Upon A Time In America-Ennio Morricone

 

 

 

몰랐는데..

분명히 나는 사랑받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라도 살아내고 있는것은..

사랑 받고 있기 때문이다..

 

 

.

.

그래..  물론

 

자랑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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