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12월

 

 

 

 

 

 

날카롭고 육중한 쇳덩이에 찍힌 중지 손까락을 위해 투여된

진통제의 효과를 믿고 싶었던 나는 병원으로 가는것을 포기하고

쉬는 것이 낮겠다 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매마른 겨울 하늘의 중간에 떠 있는 오전의 태양은 눈부시게 밝고 또 맑았다.

 

 

 

 

 

 

 

 

 

 

 

태양볕이 투과된 혼자있는 거실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욱신거리는 손을 1인용 쇼파에 대고 위로 향한채 가장 편안한 자세로 깊숙히 기대고 누워

몇일전 구입해 놓은 영화를 돌렸다

스러운 포스터에 당연 따라붙는 국산 영화의 진부함 때문 이더라도 

관심을 가질리 없는 따분한 국산 스포츠 영화 나부랭이 였을 것이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Made in Korea가 만들어 내는 어줍잖은 코믹터취와

뻔한 스토리의 식상함에 평가는 냉소에 가깝다.

예상대로

쉽고 편안하고 착한 영화였다.

 

지리함의 첨단을 달릴무렵

이 애국가 스러운 제목의 영화가 어느 순간부터 목을 따갑게 한다

허벌나게 불리해 보이는 마이너들의 날개짓이 시작 되었던 것이다

외계인 ET와 헤어지는 엘리엇의 눈물을 보며 달구똥 같은 눈물을 훔쳤던 소년 생선이

30년이 지난이후 처음으로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런 괘씸한 감동 이라니..

 

42년의 세월을 먹어버린 몸뚱아리에서 비롯된 호르몬 수치의

과다분비 때문 이었을까

그들의 승산없는 세상에 대한 도전이 눈물겹다.

 

이거 내 이야기가 아닌가..

 

그래

과연 세상의 마이너들과 비주류들도 세상을 박차고 힘차게

날아 오르는 착한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고난과 좌절의 깊숙한 어둠속으로 나선을 파 놓은 나사처럼

자신을 밀어넣었던 그들도

과연 가능할까..

 

그러나 그들은 날았다

세상의 힘겨운 중력을 박차고

그들은 하늘을 날았다.

 

 

 

 

 

 

 

 

 

 

 

 

 

 

 

 

 

  

 

 

내의식의 원환은 이미 슬프고 기쁘고 분노하고 명랑함을 반복하며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포스터가 촌스럽고 주인공이 맘에 안드는 따위의 이유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참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소리없이 흐르면서 아무도 없는

초저녁 거실에 앉아 닥치고 흐-윽 거리고 있었다.

그가 도약 하는 순간 노랫말이 괘씸 하게도 I Can Fly..  아니었던가

세상을 향해 비상하고 있으니 착하고 기특하고

그저 한없이 감사한일 아니었던가 말이다.

                     

 

 

 

 

 

눈내린 설원위의 한마리 새가 되어그들은 날았다.

120미터의 도약은 120년 묵은 침체의 적요을 뚫고 하늘을 날았다.

누구는 자신을 버린 나라에 대한 애끓는 모정을 위해

누구는 마약에 찌든 자신을 날려 버리기 위해

누구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를 위해..

 

 

나는..

 

나도 다시 날고 싶었다

 

 

 

 

계속해서

.

.

.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는것이 좋을것 같았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확인하고

깊이 베인 중지 손까락에 후시딘을 찾아서 발랐다.

이렇게 손까락 이라도 베이고 서라도 쉼이 필요 했을 것이다

 

30년 만에 생뚱맞은 영화로 기쁘고 슬프고 감격 스러웠던 날 

그해 겨울 어느날 창밖의 하늘은

여전히 밝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기묘하게

기분은 상쾌했다.

 

 

 

 

 

 

 

 

 

 

Bill Douglas - Deep Peace (Choral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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