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남쪽으로 부터 북동진 하던 태풍이 있던날

나는 동해안 해안가 작은 통나무 집에 있었지. 

세평 남짓한 작은 통나무집 속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릴적 등화 관제 훈련때 처럼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희미하게 밝혀진 조악한 브라운관 으로부터 발산 되는

TV 불빛만 남겨둔 채 생애 처음 태풍의 중간에 놓이게 되었다는 현실을 두근거림으로

기다리고 있었지. 흡사 험악한 군사들이 쳐들어 오기라도 한다는 듯 다급해진 뉴스 앵커의

표정과 목소리를 TV로 부터 접수 했다가 걸음 빠르게 올라오는 태풍의 진로를 봤다가

이따금씩 창문밖 저 멀리 보이는 파도를 보면서 태풍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

잠시후 괴물 소리 같은 비바람 소리는 커다란 나무를 통채로 부러뜨릴 기세로 으르렁 거렸고

그 기세로 모든것이 꺼져서 드디어 세상의 길은 모두 끊어져 버렸지.

그것은 "단절" 이었지.

그 거대한 태풍의 옆구리 속에 있었던 나는 컴컴한 어두움과 바람이 몰고온 험악한

으르렁 거림에 두려웠지만 어차피 태풍은 바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지.   

태풍이 통나무집 창문을 깨부수고 입구에 있던 아크릴 간판을 옆동네 까지 날려 버리고

멀쩡했던 8번 국도의 아스팔트 도로를 흉칙하게 뒤집고 지나 가고야 말았던 태풍이 있던 다음날..

 

나는 아침에 봤던 그 하늘을 잊을수가 없어.

 

눈이 멀 정도로 기가 막히게 맑고 푸른하늘 그 진공의 푸르름.

두렵고 어둡고 야멸차고 인정사정 볼것 없는 태풍이 있었지만

나는 알지 태풍은 오늘도 내 가슴속 정중간을 관통하며 으르렁 거렸다가 금새 바람이 되어

사라 진다는 것을..

 

내 흉통속의 기상은 그때나 지금 이나 "태풍의 실/제/상/황" 이라는 것을..

지금 이 태풍은 바람이 되어 금방 사라질 것 이라는 것을.

맑고 밝은 눈부신 진공의 청천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머 제목을 보고 야설 이나 B급 개그를 기대 했던 인연들 에게는

쬐끔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서도.. 에햄~

 

2003년 늦여름 북한이 이름을 지었다는 태풍 "매미"가 남한 옆구리를

초토화 시켰던 그해 그 통나무집 여주인의 핸드폰 컬러링 이었다는

쓰잘데기 없는 기억을 아직도 뇌리 속에 수납해 놓고 있는 생서니의

가공할 만한 기억력을 스스로 칭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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