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9

 

 

 

 

다산 선생의 모기와의 전쟁

 

사나운 범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猛虎咆籬根
내 능히 코골며 잠잘 수 있고
我能齁齁眠
구렁이가 집 모퉁이 걸려 있어도
脩蛇掛屋角
그저 누워 꿈틀댐을 구경한다네.
且臥看蜿蜒
모기 한 놈 앵앵대는 소리 귀에 들리면
一蚊譻然聲到耳
기겁해서 담 떨어져 오장이 졸아붙네
氣怯膽落腸內煎
주둥이를 박아서 피나 빨면 그만이나
揷觜吮血斯足矣
독을 쏘아 뼈속까지 스며드니 어찌 하리
吹毒次骨又胡然
삼베 이불 꼭 덮고서 이마 겨우 내놓아도
布衾密包但露頂
잠깐만에 울퉁불퉁 부처머리 같아진다.
須臾瘣癗萬顆如佛巓
제 손으로 제 뺨 쳐도 허탕 치기 일쑤요
頰雖自批亦虛發
허벅지 급히 쳐도 먼저 알고 달아나네.
髀將急拊先已遷
싸워봐야 소용 없어 잠을 아예 못 이루니
力戰無功不成寐
지루한 여름밤이 1년과 맞잡일세.
漫漫夏夜長如年
네 자질 잗달고 종족도 미천커늘
汝質至眇族至賤
어이 해 사람 보면 침부터 흘리느뇨.
何爲逢人輒流涎
밤에 다님 참으로 도둑 심보니
夜行眞學盜
피를 먹음 어진 이가 어이 하리요.
血食豈由賢
예전에 규장각서 교서(校書)할 때 떠올리면
憶曾校書大酉舍
건물 앞에 푸른 솔과 흰 학이 서 있어서
蒼松白鶴羅堂前
6월에도 파리조차 꼼짝하지 못하였고
六月飛蠅凍不起
대자리서 편히 쉬며 매미 소리 들었었네.
偃息綠簟聞寒蟬
지금은 흙바닥에 거적 깔고 지내느니
如今土床薦藁鞂
내가 너를 부른 게지 네 잘못 아니로다.
蚊由我召非汝愆


 


모기와 전쟁하던 그날 밤 유배지 처소의 풍경이 눈에 그릴 듯 선하다.
견디다 견디다 못해 시로 모기를 탄핵할 생각을 다 했 다. 하지만
기세 좋게 시작한 성토는 끝에 가서 자기 탓을 하며
꼬리를 내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안쓰럽다.


THKS..바람아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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