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6 00:00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숙면의 시간이 거세된 이른새벽을 거쳐 몽롱한 의식으로 선잠이 몇 차례

나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것을 지켜봤을 뿐

조금씩 자신의 실체를 상실하고, 무게를 잃고, 감각을 상실해 가는 자신이 보였다.

무었인가 하지 않으면 않될것 같은 심정으로 그곳을 찾았다

 

 

 

 

 

 

 

 

어림잡아 열명 남짓한 소규모 인원이 정중간에 판계란 같은 모양을 하고 앉아 있었다

지정된 좌석을 무시하고 가장 편안해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화면에 빛과 어둠의 농담이 연속적으로 되풀이 되며

숨을 쉬듯 이야기가 시작된다

 

 

 

 

 

목잘린 애비의 죽음을 지켜보며 기구한 생을 살아가야 하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시시해 지면 재미가 없는법

그만큼의 시간동안 부쩍 커버린 그들의 평화는 오랑캐들로 인해 박살이 난다

그리고 착하고 순해 보이는 주인공은 이제 분노와 복수의 화신이 된다

 

활이 나설 차례다.

이제 복수할 차례다.

 

 

 

 

 

 

 

화살은 바람을 가르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랑캐들의 다리에 박힌다

前推太山 後握虎尾
태산같이 받쳐 들고 호랑이 꼬리가 말리듯 꼬아서 당긴 시위로 부터 출발한 화살은

유려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오랑캐들의 숨통을 끊는다

바람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은 그가 끝까지 되찾기 위한 하나의 방편 이었고

오로지 마지막 까지 지켜 내는데 사용 해야만 했던 믿음직한 최/종/병/기 였다

 

 

 

 

 

 

 

오..  이런.. 화살에 눈이 달렸나?

예리한 소리로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는 화살이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을 응시하고 있던 나의 감각에

뜨끈한 피의 흐름을 촉진 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기묘한 감촉.

그 감촉이 나의 오감을 누비고 의식을 관통하고 있었다

 

호랑이 까지 도와준 주인공이 이기는 게임 이다

 

바람이 불고 두려움의 이유로 실패할 것 같았던 주인공의 화살이 드디어 오랑캐 두목의 목에 박힌다

기필코 주인공이 극복한 것은 두려움 이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것을 보며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일순 파도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몇초간의 시간만 이더라도 고요와 평화를 찾고 싶었다

아니 몇초의 시간이 모든 것을 깨끗하게 없애줄 것만 같은 믿음 이었다고 보면 맞다

 

그래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정도의 평화라면..

나도 이제 두려움과 잡념의 블라인드를 걷어내고 잔득 흐려진 하늘에 

최종병기의 시위를 당겨볼 참이다

 

 

바람은 계산 하는것이 아니고

극복 하는 것이므로..

 

 

 

 

 

 

哀(애)-최종병기 활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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