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

이병률

 

어딘가를 향하는 내 눈을 믿지 마오
흘기는 눈이더라도 마음 아파 마오
나는 앞을 보지 못하므로 뒤를 볼 수도 없으니
당신도 전생엔 그러하였으므로
내 눈은 폭포만 보나니

믿고 의지하는 것이 소리이긴 하나
손끝으로 글자를 알기는 하나

점이어서 비참 하다는 것
묶지 않은 채로 꿰맨 것이 마음 이려니
잘못 얼어 밉게 녹는 것이 마음 이리니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한번 보았기 때문
심장에 담았기 때문
눈에 서리가 내려도 시리지 않으며
송곳으로 찔러도 보이지 않는 것은
볼 걸 다 보아 눈을 어디다 묻었다는 것

지독히 전생을 사랑한 이들이
다음 생에 앞을 못 본다 믿으니
그렇게라도 영혼을 씻어야
다음 생은 괜찮아진다 믿나니
많이 오해함으로써 아름다우니

딱하다 안타깝다 마오
한 식경쯤 이라도 눈을 뜨고 봐야
삶은 난해하고 그저 진할 뿐
그저 나는 나대로 살터 당신은 당신대로 잘 살기를
내 눈이 허락하는 반경 내에서 연緣은 단지 그뿐

 

 

 


피떡이 된 심장 위에 딱딱하게 내려앉은 딱지를 안고
취해서 도착한 그 곳

아주 오래전 내가 잃어 버렸던

"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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