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나는 이들의 음악을 찾아서 듣지는 않았다.  80년대 중, 후반 테이프가 늘어질 때 까지 허구헌날 날밤을 까며 전축 스피커에서 악을 썻던, 너무도 매력적인 Rock Band들이 수 도없이 많았던 관계로, 메탈 동맹을 맺었던 친구 녀석들 몇이랑 들었던 기라성 같은 매탈 밴드 들에 비해 그들의 사운드는 별로였으며 수준이 아니었다고 믿었던 관계로, 보컬 리스트가 아니었으면 부두 노동자나 조직 똘마니스러운 쌍판을 가진 요상한 몸짓의 보컬 리스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관계로, 나에게서 그들은 그저그런 밴드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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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보다 남자를 사랑했던, 그래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좀 거북했을 것이다. 
기실 세상과 몹시도 부대끼며 보냈던 그 때가 날 것으로 안기는 것 같아 조금은 망설였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조롱섞인 비난을 날리며 깟던 기억도 있었노라 고백한다. 
예민 했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마음에 상채기가 많았던 때다. 그래서 시대를 같이 관통했던 기억이, 청춘이 다시금 요란하게 등장한 것이다.

딸 2가 감동적으로 봤다는 말에 내 청춘이 돌고돌아 다시 좀 봐 달라며 찾아왔다.
VOD로 보는 것은 내 청춘에 대한 반역. 그래서 홀로 개봉관을 찾았다. 
그가 지구별을 떠난지 28년이 지난 작금의 시대에 그들은 전설이 되어 내 앞에 성성하게 서 있다. 
시작이다.
허접하면 빡큐를 날릴 참이다.

20세기 폭스의 영화 인트로 메인 페어 이거 분명 팬다로 긁어대는 브라이언의 Rock 버전 기타 솔로다.  닭살 돋는다.
Freddie가 인도 이민 2세 였다는 사실, 공항 노동자였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았거나 알고 있었지만 관심이 없어 까먹었을 수도 있겠다.  잠깐 좋아라 했던 Killer Queen부터 죄다 레코드 가게 구석진 곳에서 300원 짜리 Back판으로 사서 들었던, 오래된 편지같은  그때 그들의 넘버들이 마치 테이프를 뒤로 돌려놓고 다시 Play 시킨듯 내 귀에 박힌다.  Freddie도 그렇다만 나머지 Member들의 싱크로 또한 대/박/사/건. 시종일관 갈색 사자머리 헤어 스타일 Brian May, 잘 생겨서 싫었던 Roger Taylor, 착실한 교회 오빠 처럼 생겼던 John Deacon. 아주 오래 전에 수납되어 봉인되었던 그래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들의 면면들이 내 머릿속에서 바로바로 기립된다.  

와우~ 음악좋고 사운드 좋고, 살릴 것은 다 살린다.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다.   감독 신경 좀 쓴 것 같다.

중반 정도의 씬이었겠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양성애자인 자신을 까발리는 아픈 장면 그 뒤에 깔리는 음악. 이거 Maria callas의 La mama morta다
A.D.I.S에 걸린 Tom Hanks가 동료 변호사 였던 댄젤 워싱턴에게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깔렸던 음악이다. 필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겠다.   두 영화에서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와 희미한 조명아래 연인에게 자신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앞으로 벌어질 프레디의 비극적인 운명을 게이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연민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존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보면 맞다. 
사람이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무너질 수 있다. 
이성을 사랑하듯 동성도 사랑할 수 있다.
인간이기에 가능하다고 감독은 대변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리아칼라스의 노래 때문에 더 슬프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노라 기억한다.  물론 마지막 완벽하게 재현해 낸 Live Aid 씬도 더 할 나위없이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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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살다간 전설을 기리는 감독의 정성. 이 정도면 훌륭하다.  
화려했으나 참으로 외로웠던 능력 만랩의 어느 엔터테이너의 짧은 삶의 궤적을 보여주기 위한 스토리 라인도 괜츈하다.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서 보통사람들 보다 앞니가 네개씩이나 많아서 미운 구강 구조를 탑재하고 있었지만 시대를 뚫고 우뚝 서서 전설이 되어 버린 밴드. 이 정도면 됐다.  
사실 주연 배우보다 프레디는 살짝 더 통통했고 겨드랑이 털도 더 무성 했으며, 무대 액션도 주연의 연기 보다 조금 더 요염(?) 했었노라 기억한다.  특히 내 청춘을 명징하게 소환해 주었던 이 영화에게, 극 중 자유롭고, 당당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끝끝내 지키고자 했던, 불꽃 삶을 살다간 프레디에게 국화꽃 한 송이와 함께 심심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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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프레디. 그대 때문에 내 청춘은 더 빛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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