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봤네
달동네 해질녁 기도원 같은 그 동네에 갔었다오
문 밖으로 다 타버린 연탄재가 곳곳에 놓여 있고 하늘과 맞닫아 있는 그 동네 끝자락에 서서
초저녁 반짝 거리는 도심을 내려다 보았다오
재법 광폭한 바람을 맞고 서 있으려니 문득
어릴때가 생각 났다오
쩌억쩌억 갈라져서 피가 맺힌 손등을 가지고 있던 녀석이
땅을 파 놓고 구슬치기를 하고 있는데
밥 먹으라는 소리를 듣고 횅-하니 즈그 집으로 들어가 버린 웅식이 녀석의 등을 확인 하고는
밥 먹으라는 소리를 들을 리 없는 녀석이 곧잘 전 속력으로 뛰어 올라가 반짝 거리는
시내를 보며 혼자 놀곤 했던 그곳에
몇십년 만에 똑 같이 서 있어 보았다오.
기분이 참 묘 하더구랴.
한약방집 뚱보 웅식이 녀석도 없고
머슴아들 보다 더 싸움을 잘 했던 씨름왕 영란이도 없고
나에게 지 오줌 담아서 박카스 라며 건내줬던 (노란색 이어서 진짜 박카쓴줄 알았다오.. ㅜㅜ)
영란이 동색 영식이 녀석도 없고
노상 몸에 찌린내가 났던 영만이도 없는
그 동네 그곳에 다시 가 보았다오
아따 바람이 차더구랴
구름과자 하나 빼물고 반짝이는 도심의 불빛 중에서 유난히 잘 보이는
녹십자 간판을 보며 허공 에다 후-욱 하니 내 뿜고는 한참을 서 있다가 내려 갔다오
묘하게도 아래로 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내려가는 다 큰 소년의 가슴에다
이빨로 물어 뜯어 깍아 버린 몽당연필로
이제 막 시작된 겨울을 받아적기 시작 했던것 같소
오늘은 말이오
변화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다 큰 소년이
아주 오래던 같은 장소에서
얼음 파편을 온몸으로 맞으며 겨울을 받아 적었던
그 소년이 생각이 나서..
가슴이 뜨거웠던 말이오.
보기 좋은 계약을 따 내고 달동네 그곳을 내려온 오늘
오늘은..
그런 날 이었소
The Blower's Daughter-Demian Rice
2011/11/11
2012/7/17
그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오..?...
'기쁠 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외수 감성사전 [Eventually-PINK] (0) | 2012.06.17 |
---|---|
최초의 자장가 [나 같은건 없는 건가요-추가열] (0) | 2012.06.14 |
너희들 어디 있느냐 !![Home Sweet Home-Motley Crue] (0) | 2012.06.13 |
반가네요 광석씨 [새장속의 친구-동물원] (0) | 2012.06.13 |
이제사 어른이 되는 기분 [Everybreath You Take-Police] (0) | 2012.06.12 |
갖고싶다 [We Live Here Tokyo Concert DVD-팻메스니] (0) | 2012.06.12 |
소년 야동을 보다 [ The First Circle-Pat Matheny Group] (0) | 2012.06.10 |
烏飛梨落 [어둠 속에서-백두산] (0) | 2012.06.10 |
지금 당장 힘든 당신을 위한 [날개-허영란] (0) | 2012.06.09 |
배가 나와도 상관없이[기다림 설레임-강허달림] (2) | 2012.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