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Deep Gray.

 

늙어 물들어 툭툭 떨어져 버린 이계절의 꼭지
나는 그 꼭지위에 올라 오면서 황급히 구겨 넣었던
자아를 실컷 토해내어 보리라


쉼 없이 달리면서 어딘가에 떨어뜨린 용기와
그 가열찬 자신감 조차 흐릿해져 버린 빌어먹을 망각과
꼬리만 남아 퇴색되어 버린 빛바랜 열정과 
도무지 어디로 내뺏는지 찾을 길 없는
너무 작아져 버린 "나"를 그리워 하기에..


아주 만만한 이 계절의 끝을 배경에다 두고


새벽 3시33분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을 핑계로 줄곳 달리면서 놓치고 떨어뜨려 놓았던
나를 찾아 내기에 좋은 시간
나는 지금
모처럼 맘 편하게 그리워 하고
질펀하게 아쉬워 하고
속 깊게 반성해 주려마.


깊게.. 


조금 더 깊게..

 

 

Photo by Michael Keana "Vene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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