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나를 길들일 것 같았다
아무렴.
한껏 회색 먹물이 빽빽한 대기는 이제 곧 눈을 만들어 뿌릴 태세
신호대기 중인 차 안에서 타박타박 겨울비를 영접하는 군중들을 목격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장면일 뿐
이윽고
세월이 나를 능숙하게 컨트롤 하고 있는것 같았다.
신호대기 중인 차 안에서 맨 마지막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을 보기 전에는..
눈에 익은 코트를 입고 우산을 받쳐든 사람이 지나간다.
일순 코끝이 아프도록 퍼렇게 멍든 기억 하나가 철퍼덕 하며 내 심장으로 떨어진다
심하게 젖어 있는 도심 한복판
와이퍼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던 초저녁 차 안에서 익숙한 옷차림 하나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순간
충만한 적요를 뚫고 아우성 거리는 잔인한 기억의 응집들은
나를 또 소리없이 미치게 만든다
비가 눈이 되어 내리고 있다
세월은 결코 나를 컨트롤 하지 못했다
나에게서
겨울 냄새는
.
.
.
.
잔인하다
Rainy Day-김광민 1987
'슬플 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이 없다가 철이 들었나 부다 [너의 자유로움 으로 가-김창기] (4) | 2013.01.25 |
---|---|
무작정 그리워 하기 [나를 잊었나요-언니네 이발관] (4) | 2013.01.23 |
겨울바다는 위로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임현정] (2) | 2013.01.08 |
휴식이 필요 합니까? [사랑도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Phase] (3) | 2013.01.06 |
나를 잃었다 [Both side Now-Joni Michell] (3) | 2012.12.25 |
亡羊之歎 [Largo From 'Xerxes'/Handel] (4) | 2012.11.24 |
그해 이맘때쯤.. [보고싶다-김범수 2003] (2) | 2012.11.21 |
잊어 버렸다는 말은 쌩구라일 가망성이 많습니다 [Jeopardy-Greg Kihn band] (14) | 2012.11.08 |
불온하기 짝이 없는 오늘 [Shumann-Piano Quintet E Plat OP47 Andante Cantabile] (0) | 2012.11.05 |
Please Good and Bye [Danny Boy-Malo] (4) | 201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