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OCT  아래 포스트를 보관해 주신 모블로거깨 심심한 감사를.

 

 

 

  

 

 

꼭두새벽
가시지 않은 알코올 기운.   목젖이 붙어 물 찾아 마시고 나서 멍때리는 머리
부여잡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냥 보고 읽을 밖에.

 

 

블로그질.

가장 가까이 있다는 가족들 도 모르는 이 혼자만의 삽질.

엉금 엉금 생수로 적셔줘도

어쩔수 없는  이 목마름을 달랠수 있는 방법은..?

 

없어.    끄적일 밖에. 

 

 

 

 

생각 많은자     

             "이외수"

 

지금 이시간 떠있을 달 과 닮아있는 노래  

                                                     "Eventually"

 

삶이 제 각각 이니 그가 보는 세상도 총 천연색 이야

그 와 나 흐르는 노래   그리고 달 도 제 각각 이지만

어쩌겠어 

 

 

어차피 지금 나는 혼자.

 

 

 

 

 

 

 

새벽에 읽어 버린 


 

 이외수의 감성사전

 

1. 원고지

삼라만상이 비치는 종이거울


2. 겨울

깊은 안식의 시간 속으로 눈이 내린다. 강물은 얼어붙고 태양은 식어 있다. 나무들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회색 하늘을 묵시하고 있다. 시린 바람이 비수처럼 날아와 박히고 차디찬 겨울비가 독약처럼 배어 들어도 나무는 당분간 잎을 피우지 않는다. 만물들이 마음을 비우고 冬安居에 들어가 있다. 모든 아픔이 모여 비로소 꽃이 되고 열매가 됨을 아는 날까지 세월은 흐르지 않는다. 겨울도 끝나지 않는다.


3. 방랑

아무런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일이다. 떠돌면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는 일이다. 외로운 목숨 하나 데리고 낯선 마을 낯선 들판을 홀로 헤매다 미움을 버리고 증오를 버리는 일이다. 오직 사랑과 그리움만을 간직하는 일이다.


4. 망각

세월의 무덤 깊이 과거에 대한 기억의 시체들을 완벽하게 암장시켜 버리고 마침내 일체의 번뇌와 무관해져 버리는 상태


5. 바람

휴지조각들이 을씨년스럽게 날아오르는 겨울의 공터에서, 개나리가 오스스 꽃잎을 떨고 있는 봄날의 담벼락 밑에서, 바다가 허옇게 거품을 뿜으며 기절하는 여름의 해변에서, 낙엽들이 새 떼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는 가을의 숲 속에서 장님도 바람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귀머거리도 바람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바람은 살갗만을 적셔주는 대지의 입김이 아니라 온 가슴을 적셔주는 신의 입김이기 때문이다.


6. 아침

자명종이 수험생들의 고막 속에다 비명 같은 경보신호를 발사하고 직장인들이 아내의 발길질에 걷어채이며 소스라치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면 하루의 전쟁이 시작된다. 인간들은 대개 현실에 소속되어 있고 시간의 위수령을 이탈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행복이라는 이름의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날마다 단독으로 적진에 뛰어든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병사이면서 병기라고 생각한다. 병사가 꼬질대에 기름칠을 해서 총구를 쑤시듯이 치솔에 치약을 발라 이빨을 닦고 총열에 탄알을 장진하듯이 식도에 밥덩어리를 밀어 넣는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고지는 금력과 권력을 무기로 앞세운 자들에게는 가깝게 느껴지고 청렴과 결백을 무기로 앞세운 자들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 대개의 인간들이 아침마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면 대문 바깥이 모두 적진이다. 이 세상 생명체가 모두 적군이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이름의 고지가 바로 자기 마음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들은 단지 아침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에게 경배한다. 아침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찬란하지는 않은 것이다.


7. 평화

전쟁발발의 합리적 근거.


8. 과대광고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식의 광고.


9.조간신문 

아침마다 담 너머로 던져지는 우리들의 생활기록부다. 하루가 시작되는 문설주에서 거울처럼 들여다보이는 우리들의 일상사다. 비바람에 펄럭거리는 세상도 보이고 눈사태에 휩쓸려 가는 세월도 보인다. 자유의 새순이 돋기도 하고 독재의 사슬이 번뜩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간신문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침에만 배달되지는 않는다. 산간벽지에서는 夕刊舊聞으로 둔갑해서 이틀쯤 늦게 배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정기구독자들은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산간벽지에서는 세월도 이틀쯤 쉬었다 가기 때문이다.


10. 일회용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용품이다. 자연적인 용품과 인위적인 용품이 있다. 탄생도 일회용이고 죽음도 일회용이다. 처녀도 일회용이고 동정도 일회용이다. 일회용 종이컵도 있고 일회용 라이터도 있다. 일회용 주사기도 있고 일회용 반창고도 있다. 전자는 자연적인 용품이고 후자는 인위적인 용품이다. 그러나 물질이 인간을 우선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이 일회용이 되고 만다.


11. 주인공

작중인물 중에서 가장 목숨이 끈질긴 존재.


12. 엑스트라

대본의 등장인물란에 이름대신 복수 접미사나 숫자로 표기되는 배역. 연기에는 태연하고 인기에는 초연한 존재. 등장과 퇴장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3. 병살타

야구에서 공격자의 타구가 수비자의 손에 걸려 자기 팀의 뛰는 놈과 나는 놈을 모두 척살시켜 버리는 불상사를 말한다. 권투에서는 선수와 심판을 한꺼번에 때려눕히는 경우를 말하며 세상살이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한꺼번에 놓쳐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겹치는 불행 뒤에는 언제나 겹치는 행운이 뒤따른다. 만약 불행을 통해 자기를 반성하고 노력을 배가시킬 수만 있다면 누구든 불행이 그만한 크기의 행운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을 거쳐야 하는 예비관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14. 허수아비

농업에 이용되어졌던 인류 최초의 로보트.


15. 인신매매

황금에 눈이 뒤집힌 파렴치한들이 몇 푼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동족들을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행위. 또는 인간을 상품화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도모하는 모든 행위. 비천한 인간들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저질적 표현.


16. 과대망상증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확대해서 인식하거나 특별한 존재로 부각시켜 인식하는 정신병리학적 증세. 인류는 창세기 때부터 이 병을 앓아 왔다. 사탄은 선악과를 따 먹으면 하나님과 똑같은 지혜를 가질 수 있다는 말로 아담과 이브에게 과대망상증을 전염시켰던 것이다. 오늘날 인간이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만으로도 아직 까지 그 병이 치유되지 않았다는 심증을 굳히기에 충분하다.


17. 가짜

가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진짜처럼 꾸며 놓은 가짜와 진짜처럼 행세하는 가짜다. 꾸며 놓은 가짜에게 속았을 경우보다 행세하는 가짜에게 속았을 경우가 한결 비애감을 짙게 만든다. 전자는 물건에 대한 절망을 가져다 주지만 후자는 인간에 대한 절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18. 정신병자

제 정신만으로 살아가는 인격자.


19. 걸레

인간들이 방이나 마루나 세간을 닦을 때 사용하는 헝겊으로 낡아서 못쓰게 된 천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생활용품의 일종이다. 걸레는 다른 사물들에게 묻어 있는 더러움을 닦아주기 위해서 자신의 살갗을 찢는다. 대개의 인간들이 걸레를 더러워 하지만 현자들은 걸레에게서 부처의 마음을 배운다. 육안肉眼으로 보면 세상에는 여러가지 더러운 오물들이 산재해 있지만 심안心眼으로 보면 그 자체로서 더없이 아름다움을 스스로 알게 된다.


20. 천재

수재를 능가하는 인재다. 뛰어난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사랑하고 예술을 창조한다. 그러나 천재는 요절한다. 천재는 사회를 수용할 수 있으나 사회가 천재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천재의 죽음은 자살보다 타살에 가깝다.


21. 정오

도시의 광장 시계탑이 그림자를 발 밑으로 불러들이고 시계가 모든 바늘들을 열 두 시 정각에 합체시키면 바람이 숨을 죽인다. 고양이의 눈꺼풀이 가라앉는다. 정오다. 꽃들은 가장 눈부신 자태로 그 환희를 드러내고 숲들은 묵상에 잠겨 먼 강물 소리를 듣고 있다. 하루 한 번씩 태양이 해탈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대부분 그 시각에 배를 채울 궁리나 하는 것이 고작이다.


22. 시간

탄생과 소멸의 강이다. 모든 생명체는 그 강에서 태어나고 그 강에서 죽는다. 그러나 흐르지는 않는다. 흐르는 것은 시간의 강이 아니라 그 강에 빠져 있는 물질들이다.


23. 모래

주로 해변에 많이 산재해 있는 최소 단위의 금빛 혹성.


24. 그림자

언제나 무심지경에 빠져 있는 실체들의 참모습이다. 生老病死, 喜怒哀樂에 걸려들지 않는다. 빛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실체를 떠나지 않는다. 모든 형태와 동작을 실체가 갖추고 있는 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실체가 아무리 높은 신분을 가진 인격체라 하더라도 그림자는 그 계급장까지를 반영해 주지는 않는다.


25. 명예박사

자신이 진짜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


26. 가난뱅이

빈곤을 재산으로 삼아 경제를 꾸려 가는 생활인. 어리석음이 밑천인 가난뱅이와 무소유가 밑천인 가난뱅이로 대별된다. 전자는 가난을 불행으로 생각하여 물질에 대한 탐욕을 키우고, 후자는 가난을 수행으로 생각하여 물질에 대한 탐욕을 버린다. 그러나 진실로 성공한 가난뱅이는 가난에서 탈피하는 순간 신이 자신에게 무엇을 깨닫게 하려 했던가를 명확히 알게 된 사람이다.

 

27. 고성방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결코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취중에 만인에게 발악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행위. 외로움과 소외감의 또 다른 표현. 비틀거리는 인생에 대한 절규. 소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 불필요성을 타인에게 확실하게 알리는 행위.


28. 총알택시

승객과 기사를 장악하여 죽음을 향해 발사되어진 지상용 교통미사일.


29. 고백

양심의 거울에 묻어 있던 가책의 먼지를 닦아내고 참회로써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마음의 자물쇠를 푸는 일이다. 오직 진실만으로 이루어지며 그 자체가 선행이다. 하나의 예술은 하나의 고백이며 모든 고백에는 감동과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다.


30. 수면제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일용하는 밤의 양식. 불면의 세월 속에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허무의 수풀을 잠재우고 허약해진 육신의 아픔을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안식의 초대자. 꿈의 동반자. 소음제거제.


31. 삼라만상

라면 세 그릇으로 가득 채운 상.


32. 자살

자신의 목숨이 자기 소유물임을 만천하에 행동으로 명확히 증명해 보이는 일. 피조물로서의 경거망동. 생명체로서의 절대비극. 그러나 가장 강렬한 삶에의 갈망.


33. 출발점

과거를 끊어낸 자리. 미래의 생장점生長點. 현재 바로 그 자리. 윤회의 매듭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자리. 시간과 공간의 逍失點. 인생의 모든 새벽.


34. 길

동물은 생존을 위해 길을 만든다. 인간들은 멀리 있는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길을 만든다. 땅 위에도 만들고 땅 속에도 만든다. 하늘에도 만들고 바다에도 만든다. 그러나 인간들은 본디 자신들이 어느 길로 왔으며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를 대다수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자어로는 그 길을 道라고 표기하며 개개인의 마음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설파되어 왔다.


35. 시계

하루를 시간별로 스물 네 토막씩 절단하는 기계.


36. 문

드나들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설치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음 안에 감옥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감옥마다 견고한 문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법칙과 현상들이 갇힌다. 모든 이름과 추억들이 갇힌다. 그러나 아무 것도 드나들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으며 안다고 하더라도 문을 여는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있는 문은 오직 자기 자신을 버림으로써만 그 열쇠를 발견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발견하는 순간 하나의 사물들은 하나의 문이며 언제나 자신을 향해 열려 있었음을 알게 된다. 닫혀 있었던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음을 알게 된다.

 

37. 달팽이

한여름의 고독한 여행자. 그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집을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는 여행자.


38. 자물쇠

도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문이며 서랍이며 장롱이며 금고 따위에 설치하는 방범장치의 일종. 주인들은 대개 인간을 불신하고 자물쇠를 신뢰하지만 노련한 도둑을 만나면 무용지물이다. 그 자물쇠마저도 훔쳐 가버리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때로 마음의 문에까지 자물쇠를 채운다. 자물쇠를 채우고 스스로가 그 속에 갇힌다. 마음 안에 훔쳐갈 만한 보물이 빈약한 인간일수록 자물쇠가 견고하다. 그러나 그 누구의 마음을 걸어 잠근 자물쇠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불길로 그 자물쇠를 녹여 버리는 일이다.


39. 총

새가 그 끝에 앉아 있을 때 가장 비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무기.


40. 소망

자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욕망이라고 하고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소망이라고 한다. 욕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이 필요하고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 욕망은 영웅을 따라다니지만 소망은 神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소망과 욕망은 같은 가지에 열려 있는 마음의 열매로서 환경의 지배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41. 호롱불

초가삼간 토담벽에 펄럭이는 세월이다. 세월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이다. 어머니 귀밑머리에 스며드는 놀빛이다. 천 년을 침묵으로만 다스려 온 설레임의 불꽃이다. 겨울밤 심지가 타들어 가는 아픔으로 피워 올린 그리움이다. 흥건한 눈물이다.


42. 冬至

시간이 결빙된다. 세월이 정지한다. 숲이 해체된다. 들판은 백설에 덮여 밤에도 눈부시고 하늘은 빙판 같아서 달빛이 더욱 시린데 강물은 얼음 밑에서 속삭임을 죽인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가슴에 아직도 그리움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면의 고통도 가장 긴 날이다.


43. 빙하시대

지구의 전 생명체가 신으로부터 냉동시설의 혜택을 가장 공평하게 받았던 시대.


44. 굶주림

인간을 가장 비굴하게 만든다. 인생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다. 인격을 가장 비천하게 만든다. 자신을 동물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자들에게는 죽음보다 잔인한 형벌이다. 그러나 현자는 육신의 굶주림을 통해 정신의 배부름을 얻음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을 보여 준다.


45. 촛불

迦葉이 들어 올린 한 송이 연꽃이다. 어둠 속에 벙그는 부처님의 미소다. 살이 녹고 뼈가 타서 적멸의 빛이 된다. 중생들은 대개 자신들이 촛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살을 녹이고 뼈를 태우는 일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으므로 아직도 세상에는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46. 크리스마스

서양으로부터 건너온 기독교인들의 가장 화려한 축제일이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고 있는 신의 사랑을 더욱 널리 전파할 것을 마음 속에 깊이 다지는 날이다. 그러나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찬양하는 교인들은 많아도 예수의 탄생에 즈음하여 아무런 죄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아기들의 영혼에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교인들은 매우 드물다.

 

47. 우상

인간이 만든 神. 무지와 욕심이 결합해서 탄생시킨 미신의 길잡이 또는 어떤 계층에 절대적 추종자로 지목되는 인격체. 신과 우상이 다른 점은 그 절대성에 있다. 우상은 그 절대성이 순간적이고 신은 그 절대성이 영속적이다.


48. 대학입시

대학생을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재수생을 배출해 내는 시험제도.


49. 고문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인간이 살고 있는 나라라면 제일 먼저 공연 정지 처분을 내려야 할 악마의 조작극이다. 자백을 강요받기 위해서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일로서 무고한 양민을 폐인으로 만들기 쉬운 인간 이하의 월권행위다. 비록 손상된 육신은 회복될 수 있다 하더라도 상처받은 영혼은 치유되지 않는다. 고문을 묵과하는 처사는 살인을 묵과하는 처사보다 몇 배나 더 비열하고 잔인하다.


50. 비상구

이 세상의 모든 통로 또는 위급할 때의 모든 하나님.

51. 술

마약이다. 절제하면 쾌락을 가져다 주지만 과용하면 불행을 초래한다. 마실 때는 찬양하게 만들고 끊을 때는 저주하게 만든다. 유사 이래로 물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는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많다는 설도 있다. 뼈저린 아픔을 가슴에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인 쾌락을 담보로 영구적인 불행을 대부해 주는 악마의 독액이다. 그러나 술은 때로 사랑을 불 붙게 만드는 묘약이 되기도 하며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는 감로수가 되기도 한다. 이태백과 같은 詩仙은 술 속에서 달빛과 시를 건져내기도 했으며 오마르 하이얌과 같은 酒聖은 술 속에서 루바이야트라는 언어의 보석을 건져내기도 했다.


52. 음주운전

자동차가 운전수 대신 술에 취한 승객을 탑승시킨 채 교통사고를 일으킬 만한 장소를 물색하러 다니는 행위. 또는 교통수단을 이용한 취중 살인 예비음모.


53. 불행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어져 있는 그 나무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를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54. 기도

신이 매사를 완벽하게 선처해 놓았는데도 이에 불만을 품은 인간들이 처우개선을 구두로 상소하는 행위.


55. 주정뱅이

술이 인간을 마셔 버리고 동물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인간임을 주장하려고 발악적으로 애쓰는 사람.


56. 엄숙

권위주의가 형식주의와 결합해서 만들어 낸 비만형의 부랑아. 타인에 대한 존엄성보다는 자신에 대한 존엄성에 집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용상표. 자신을 사실 이상의 인격체로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착용하는 무형의 가면. 행사장이나 회의실 같은 장소에 의례적으로 동참되는 고위층의 들러리. 무언으로 강요하는 도덕의 중량.


57. 눈보라

겨울이 깊어지면 바람의 함성을 타고 수 천만 마리의 백색 나비 떼가 어지럽게 난무하며 마을에 출몰한다. 눈보라다. 때로는 길이 막히고 통신이 두절된다. 시간도 깊어지고 그리움도 깊어진다.


58. 말단사원

하는 일은 가장 많으면서 받는 대우는 가장 적은 고용인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제일 먼저 참혹한 겨울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작은 따스함에도 쉽게 언 가슴이 녹고 작은 감동에도 쉽게 눈시울이 젖는다. 아직 기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59. 공처가

마누라에게 공포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남편들을 일컬어 공처가라고 한다. 공처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면 경처가가 되는데 마누라의 옷자락만 스쳐도 경기를 일으키는 남편들을 말한다. 모두 마누라를 상전처럼 떠받들며 살아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남편을 공처가나 경처가로 만드는 여자는 남편으로부터 사랑 받기를 포기한 여자다. 남편의 가슴 안에 안주하기보다는 남편의 머리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여자다. 비록 평지풍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애처가보다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60. 학구파

학점구걸파의 준말.


61. 개밥그릇

개의 먹이를 담을 수 있는 지상의 모든 용기


62. 고드름

겨울의 수염. 동장군의 이빨. 북풍의 발톱.


63. 편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문자로 바꾸어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통신수단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자의 발생연대와 편지의 발생연대는 동일하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리하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록이 편지나 다름없다. 오늘날의 고독의 터널 속에 갇힌 사람들의 생존여부를 알리는 통지서로 널리 애용된다. 때로는 한 줄의 편지가 인생을 바꾸게 만들고 때로는 한 줄의 편지가 영혼을 구원케 만든다. 봄날의 햇빛 속에 흩날리는 꽃잎도 겨울의 바람 속에 흩날리는 눈보라도 소식의 천사 가브리엘이 배달하는 하나님의 편지다. 그 속에 온 우주가 아름답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적혀 있다.


64. 벽

일반적으로 어떤 지역이나 지점을 수직의 면으로 가로막아 공간을 한정시키는 설치물을 벽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상징적으로는 뛰어넘을 수 있는 한계점을 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인간들은 마음 안에도 벽을 만든다. 벽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다. 어떤 군주들은 악법으로써 나라의 벽을 만든다. 벽을 만들어 백성을 가둔다. 벽은 가두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벽이 없는 사람은 마음 밖에도 벽을 만들지 않는다. 바로 자유인이다.


65. 군대

전쟁에 대비해서 조직된 무장단체. 자국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그치는 군대와 타국의 인명과 재산을 탈취하는 데까지 주력하는 군대로 대별된다. 전자는 약소국의 군대고 후자는 강대국의 군대다.


66. 진눈깨비

저물어 가는 겨울 풍경 속으로 쏟아지는 비창이다. 세월의 통곡이다. 목 메이는 그리움이다. 쓰라린 아픔이다. 부질없는 사랑이다. 회환의 눈물이다. 시린 뼈의 신음이다.


67. 고스톱

금세기에 이르러 방방곡곡 가가호호마다 유행하기 시작한 개인 금융 사업의 일종이다. 화투를 무기로 소규모의 생존경쟁에 뛰어들어 적들의 호주머니를 약탈함으로써 자신의 정신건강을 양호케 하고 경제생활을 윤택케 만든다. 화투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그려져 있으며 그 향기에 도취되면 패가망신을 해도 화투를 버리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양쪽 팔이 부러지면 발가락으로라도 화투를 쳐야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고 만다. 항간에는 마음을 비우면 끗발이 좋아진다는 설이 유행처럼 나돌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정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진정으로 마음을 비운 자라면 호주머니까지 비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68. 거지

부자들에게 자선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하나님의 심부름꾼.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베개로 삼아 무소유의 철학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는 청빈도인. 신분증이 없는 세금 징수원. 전 국민을 납세 대상자로 삼고 있으며 납세 방법은 최대한 자율화되어 있다. 진실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거지에게서 또 다른 예수의 모습을 본다.


69. 독도

출렁거리는 파도 속에 허리를 내맡긴 채 無念無想에 잠겨있는 東海古佛.


70. 봄

冬安居가 끝나면 봄이 온다. 봄은 겨울을 가장 쓰라리게 보낸 사람들에게는 가장 뒤늦게 찾아오는 해빙의 계절이다. 비로소 강물이 풀리고 세월이 흐른다. 절망의 뿌리들이 소생해서 소망의 가지들을 자라게 하고 소망의 가지들이 소생해서 희망의 꽃눈들을 틔우게 한다. 눈부신 슬픔을 알게 만들고 눈부신 사랑을 알게 만든다. 초라한 서민들의 늘어진 어깨 위에도 좁쌀가루 같은 햇빛이 쏟아져 내리고 죽은 행려병자의 남루한 누더기 위에도 생금가루같은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에 햇빛이 가득해도 마음 안에 햇빛이 가득하지 않으면 아직도 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겨울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71. 허영

열등의식과 욕구불만을 원료로 배합하고 허욕이라는 향료와 허세라는 색소를 첨가해서 만들어 낸 마약의 일종이다. 중독되면 정신이 황폐해지고 영혼이 척박해진다.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필요 이상 겉치레에 신경을 쓰는 특질을 나타내 보이다. 선천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중독될 위험이 더 높다. 중독되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 허영의 둥지에서는 동경의 알이 부화되고 동경의 알속에서는 향락의 새가 태어난다. 그 새는 사치의 날개를 활짝 펼쳐 중독자를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안내한다. 허영에 중독된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은 아직 지구상에 설치되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하고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사실만 상식화되어 있다.


72. 절망

혼수상태에 빠져 버린 희망.


73. 섬

모든 이름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영혼들도 하나의 섬이다. 모든 혹성들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성단들도 하나의 섬이다. 섬에서 섬으로 그리움의 바다가 흐른다. 가슴 안에 간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자들만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74. 날개

산을 넘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 바다를 건너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 인간은 육신의 날개는 없지만 영혼의 날개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한평생 자신에게 그런 날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산다. 욕망에 눈이 가리워져 소망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75. 물비늘

해 질 무렵 바다 위로 쏟아지는 태양의 황금빛 파편들이다. 달밤에 소리 죽여 흐느끼는 강물 위로 회유하는 은어 떼다. 침묵의 호수 위로 떠다니는 바람의 희디흰 잔뼈들이다.


76. 꽃

초목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神에게 드러내보이는 마음의 참모습이다. 눈부신 찬양이다. 향기로운 노래다. 피울음 끝에 벙그는 해탈의 등불이다.


77. 돌연변이

생물학이 만들어 낸 용어다. 어떤 생물이 어버이의 형질과는 전혀 다르게 변이되어 유전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개체의 형질이 완벽하게 변이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모든 자연은 우주의 돌연변이이며 모든 생명은 신의 돌연변이다.


78. 영웅심

광기, 객기, 치기를 배후세력으로 삼고 있는 마음의 부랑아. 자신을 실제보다 확대시켜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충동의 불덩어리. 마음밭에 겸손의 싹이 시들고 자만의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상태. 영웅심은 때로 분에 넘치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을 상실케 하고 일생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영움심은 때로 굴뚝새가 독수리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한고 새우가 고래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한다. 영웅심은 때로 불도저 앞에서 삽질을 하게도 만들고 고릴라 앞에서 들창코를 내밀게도 만든다. 모두가 군자들의 樂과는 거리가 멀다.


79. 공명선거

후진국에서 선거 때만 되면 슬로건으로 내거는 낙동강 오리알.


80. 동문서답

동쪽으로 가면 문래동이냐고 물으니까 서쪽으로 가면 답십리라고 대답하는 식의 문답.


81. 잡초

인간들에게 비위를 맞출 줄 모르는 풀들을 통틀어 잡초라고 일컫는다. 꽃이나 열매는 볼품이 없지만 생명력만은 어떤 식물보다도 끈질기다. 인간들은 끊임없이 잡초를 뽑아내지만 인간들보다 먼저 땅을 차지한 것도 잡초였고 인간들보다 먼저 숲을 키운 것도 잡초였다.


82. 먼지

모든 우주의 출발점. 모든 우주의 귀착점. 모든 우주의 중심부. 철학의 저울대에 올려놓으면 성단 하나로 추를 삼아도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그 형체는 매우 작다. 화창한 날씨에 육안으로 보면 햇빛에 미세하게 반짝거리며 공기보다 가벼운 느낌으로 허공을 떠다니는 광경을 포착할 수 있다. 우주 어디에나 산재해 있으며 똑같은 모양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먼지는 산이 되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먼지는 바람을 역류하지도 않는다. 오직 여여할 뿐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으니 바로 그 속에 부처가 있다.


83. 나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곤충이다. 꽃향기에 취해서 항상 비틀거리며 날아다닌다. 산간지방에 서식하는 일군의 나비들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허공에다 전용도로를 만들어 놓는데 이를 蝶道라고 한다. 세월의 강물에 떨어진 꽃잎들은 윤회의 바다에 다다라 나비가 된다. 나비가 되어 꽃에게로 날아가 꿈을 꾼다. 나비와 꽃이 둘이 아니며 생사와 꿈이 따로가 아니다.


84. 다리

미지로 가는 건널목이다. 떠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건널목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건널목이다. 밑에는 언제나 강이 흐르고 위에는 언제나 허공이다. 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길의 관절이다. 땅 끝까지 이어진 해후의 사다리다.


85. 달동네

주거지의 위치는 높으나 사회적인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안식처. 생활은 어두우나 마음은 밝은 사람들의 도읍지. 달빛이 가장 먼저 비치는 성지. 참다운 인생의 진리를 터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금자리. 대개의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일생에 한 번쯤은 이런 동네에서 어둠의 세월을 보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86. 아파트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


87. 외제

동족에 대한 의리보다는 자신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일에 더 비중을 두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말하며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생활의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미개인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지도 않으며 가난뱅이라고 따돌림을 받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병적으로 외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개 외제로부터 영혼의 안식을 느껴야 할 정도로 의식이 황폐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외제를 선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외제의 우수성이나 생산자의 비양심에 있다.


88. 자만심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자신의 스승임을 자각하지 못한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가장 심오한 착각.


89. 법

인간이 만들어 낸 법과 신이 만들어 낸 법이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법은 만물을 구속하고 신이 만들어 낸 법은 만물을 자유롭게 한다. 법은 죄인을 잡아들이는 심판의 올가미가 아니라 양민을 보호하는 자비의 울타리이다.


90. 무지

자신의 허상에 가리워져 자신의 전체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무지라고 말한다. 무지를 밑천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보다는 타인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속물 근성을 생활철학으로 삼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난보다는 몇 배나 더 무서운 인간의 적이다.


91. 계급

모든 조직 속에는 계급이 있고 계급 속에는 상하가 있다. 조직이 인간을 조종하기 편리하도록 착안된 견식표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완벽하게 회수할 수 있는 나라는 전무하다. 인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위해 계급을 만들고 스스로 노예로 전락해서 그 존엄성을 상실한다. 모든 조직은 계급이 인간에 우선하기를 바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92. 표절

타인의 창조물을 부분적으로 절취하여 자신의 창조물인양 위장함으로써 자신을 창의성이 결핍되고 양심조차 결여된 인산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는 행위.


93. 기저귀

인간으로서의 체통과 동물로서의 생리적 현상 사이에서 탄생되어진 휴대식 개인 전용 화장실.


94. 체면

자신을 인격적인 존재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면에는 동물적인 욕망의 찌꺼기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이면에는 이성적인 겸손의 미덕을 드러내 보이려고 할 때 습관적으로 착용하는 가면.


95. 보석

허영을 장식하는 高價의 돌멩이다. 보석의 세 가지 특질은 휘귀하다는 점과 아름답다는 점과 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이 세상 만물 중에서 그 세 가지 특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는 아무 것도 없다.


96. 화장

여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실물보다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화공약품 따위로 얼굴을 도색해서 변조시키는 기술이다. 대개의 여자들이 성년이 되면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얼마간의 불만을 품게 된다. 화장은 그 불만에 대한 보완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화장품으로 얼굴을 도색해도 자신의 원래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마음가짐이다. 여자는 외모를 가꾸는 일에 시간을 많이 낭비할수록 천박한 아름다움으로 전락해 가고 내면을 가꾸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성숙해 간다.


97. 현모양처

오직 여자로 태어나야만 성취될 수 있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덕적 경지다. 현대에 이르러 거의 멸절 위기에 놓여 있다.


98. 세대차이

세대와 세대간의 문화에 대한 견해 차이다. 관심과 대화에 의해 좁혀지고 아집과 편견에 의해 멀어진다. 좁혀지면 사랑이 싹트고 멀어지면 미움이 싹튼다. 연령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좌우하는 것이다.


99. 아내

남편들이 이십대에는 아내, 삼십대에는 마누라, 사십대에는 여편네, 오십대에는 할망구라고 부르는 가정의 수호천사.


100. 유행

시간의 흐름을 타고 일시적으로 어떤 풍조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자신을 진보적 대열에 포함시키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와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보다 두드러지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에 의해 발생한다. 유행을 전염병에 비유하면 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저항력이 강하고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저항력이 약하다. 유행을 가장 빠르게 확산시키는 매개체는 각종 매스컴이며 허영심이 많은 사람일 수록 감염률이 높다. 때로는 외국으로부터 귀화되어 기존의 미풍양속을 파괴하고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다고 한다. 저항력이 약한 사람이 감염되면 자기도취에 빠져 판단력을 상실하고 수치심을 영웅심으로 환치시켜 겨레와 민족가지도 경멸하는 중태에 빠지게 된다. 다른 동식물에게는 감염되어지지 않고 인간에게만 감염되어진다. 특별한 처방은 없고 새로운 유행이 나타나면 저절로 소멸한다.  

 

 


  ■ Eventually-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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